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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yeongil:yeongil-0532

영일-0532 / 경북 영일군 청하면 서정리 / 시집살이노래

1993.2.18 / 이상훈(남,1929)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이내 말씀 들아 보소
칠성님의 명을 빌어 아버님의 뼈를 빌어
어머님의 살을 비어 여자로 태어나니
한살 두살 먹고 보니 삼오시오 열다섯에
처녀가 되었구나
사주 단자 받고 보니 시집이라 가게 됐네
고추 단추 맵다한들 시집보다 매울소냐
시집이라 가여보니 서방님은 한양가서
과거 공부 하게 되어 생과부가 되었구나
마당으로 들어서니 사자 같은 시아버지
석자 석대 꼬나 물고 석자 수염 내리 깔고
관음장 같이 뻣대 섯네
큰방으로 들어가니 표범 같은 시어머니
곰방대를 비껴 물고 물끄러미 쳐다 보네
정지라고 들어서니 여우 같은 시누이가
부지깽이 너리 짚고 요리 저리 꼬나 보네
밭이라고 나가보니 사래 질고 강도 높다
매 같이 묵은 밭은 한골 매고 두골 매고
삼세골을 매고 나니
이웃 저심 다 나와도 이내 점심 안 나오네
해는 석양하고 배 가죽은 등에 붙고
다리는 휘감기고 몸 가눌 길 아예 없네
집이라고 들어 서니 시아버지 하신 말씀
그거 서나 일이라고 시를 찾고 때를 찾나
어서 저리 물러 가라
방문 곁을 지나가니 표범 같은 시어머니
그거 서나 일이라고 어서 저리 물러 가라
정지 문을 들어 서니 여우 같은 시누이가
삼년 묵은 보리밥에 십년 묵은 검은 된장
총도 없는 숟가락을 십리 만치 던지주네
어서 어서 요기 하고 물 기르러 빨리 가소
식은 밥 한덩이를 개 눈 같이 감추어도
허기는 차지 않네
물 동이를 이고 나서 두루박을 옆에 안고
무물가를 찾어가니 십리 만큼 너멀도 멀다
우물을 드려서니 열길이나 조이네내
두르박을 내려 보니 헌 새끼를 이어 매고
두르박은 깨어져서 절반도 안 담기네
수십차례 패 올라서 집 이라고 들어서니
시어머니 하신 말씀
물 이러 간 사람이 여이 이리 더디 오노
노발 대발 야단일쎄
수십차례 이고 보니 해는 이미 임울 하고
손바닥엔 콩이 붙고 머리에는 혹이 붙고
팔바닥엔 물집 나네
저녁밥을 할려 하니 이 집 나무 솜씨 보소
서발 장대 해 까시 나무의 꺾어 밥을 할꼬
한개 두개 꺽어 모아 아궁이에 집어 너니
손바닥은 헤어져서 핏물이 범벅이네
밥이라고 지어 노니 시어머니 거동 보소
식구 밥 단 펴 놓고 이내 밥 간곳 없네
물 누룽지 끍어 모아 정지 바닥에 펄석 앉아서
맨손으로 움껴 노니 초욕이도 안되누나
방안으로 들어가니
칠흙 같은 방 안에는 삼척 같이 추위 올라
서방님요 서방님요 한양 가신 서방님요
병풍에 그린 학이 회를 치면 오시겠소
굽이 굽이 태산이 평지 되면 오시겠소
동해바다 푸른 물이 말라지면 오시겠소
독수 공방 긴긴 밤에 잠이 라도 청해보자
잠을 자야 꿈을 꾸고 꿈을 꿔야 님을 보지
님아 님아 우리 님아 어이 그리 야속하오
그럭저럭 하다 보니 잠 한 숨도 못 잤구나
시어머니 호령 소리 어서 어서 일어나라
긴 긴밤을 잛다 하고 아직 까질 잠을 자나
깜짝 놀라 일어나니 길 기르러 가야 하네
아침 밥을 지어 묵고 보리 방아 찍어 보세
시누이는 왼가리요 이내 몸은 오른가리
시어머니 방아 시리에 쪼그리고 앉아 서서
이모조모 우기시믄 모지랑 밉사리 치켜 들고
힘 내어 쾅쾅 찍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치네
혼자 찍는 외가리 방아 삼동새 찍는 두가리 방아
빙빙 돈다 연자 방아 성큼성큼 성은 몽매 방아
살살 흐르는 물레 방아 쿵쿵 찍는 조작 방아
하루 종일 찍고 나니 다리는 천근 일쎄
아픈 다리 질질끄먼 또 물길러 가야 하네
저녁 밥을 지어 먹고 뒷삼질을 해야 하네
솔가지 솟아 놓고 꼬부랑 불 피어 놓고
진잿 다리 펼쳐 놓고 상가래를 걸쳐 놓고
분통 같은 이내 다리 흘러 걷어 올려 놓고
삼월이를 홅타 물고 허벅지에 싹싹 비어
한올 두올 이어가니 한 광주리 다 되었네
허벅 다리 피가 나고 삼경이 넘었구나
시어머니 거동보소 물레 틀을 앞에 놓고
손 꽁치를 손에 쥐고 물레만 돌리네
우나 한발 빼고 한발 감고 한발 빼어 한발 고고
가락에 올려 대니 잠잘 시간 아예 없네
물레야 꼴대는 시어미의 노리개요
베틀이라 북 받이는 며느리에 노리개요
홍두깨야 방망이는 처녀들의 노리개요
우장이야 삿갓은 저 머슴애 노리개요
큰 가래야 훌치는 머스매 놀이개요
오늘따라 즐거운지 콧 노래를 불러 대며
마당으로 나가서면이 얘야 이제 그만 자자
삼태가 높이 떳다 콧 구멍은 굴뚝이고
얼굴엔 황칠하고 양손은 먹칠하네
새벽 닭이 울어대니 후닥닥 일어나니
물동이 머리에 얹고 물 기러 달려가네
배는 이미 만삭하여 채독같이 부었구나
지친 몸을 지지 끄며 베틀 위에 올라가네
낮에 짜면 일광단이요 밤에 짜면 월광단이라
일광단 월광단 다 재쳐 놓고 낭군 도포나 말거 볼까/소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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