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0707 / 보성군 조성면 덕산리 감동 / 시집살이노래 - 그릇 깬 며느리
(1990. 3. 22 / 주원님, 여, 1911)
열닷 살에 생에 내서1) 열엿 살에 신행 간께
볶으라네 볶으라네 참깨 닷말을 볶으라네 들깨 닷말도 볶으라네
참깨 닷말 볶으다가 양동우도 깨었다소
들깨 닷말 볶으다가 양가매도 깨었다소
시아바니 허신 말씀 아강아강 며늘아강
너의 집이 가 쇠비연장2) 팔아갖고 양가매도 물어오니라
시어마니 허신 말씸 아강아강 며늘아강
너의 집이 가 방안등물3) 폴아갖고 양동우도 물어온나
아랫방의 하인들아 덕석일랭4) 내어펴라
정제 있는 종아이야 화문석도 내어 펴라
시아바니 연오하오시나5) 이 자리에 앉으시오
시어마니 연오하오시나 이 자리에 앉으시시오
쪼그막한 도리방에 초립6) 신랑은 나오셔서 이 좌석에 앉으시지오
당신 아들 모자가 없어 삼잎같은 갓을7) 씌여
옷이 없어 걸쾌자에8) 신이 없어 시오자에9)
내 마당에 보낼 때는 무슨 마음 먹었읍디여
이내 머리 땋든 머리 시가닥에 모들쳤으니10)
아시같이11) 해여주면 양동우도 물어오고 양가매도 물어오르다
우리 집에 말마굿간 디리다 보먼
눈는12) 말도 열에 닷바리13) 섰는 말도 열에 닷바리
소마굿간 들여다 보면 눈는 소도 열에 닷바리 섰는 소도 열에 닷바리
은저붐도14) 열에 닷단 은수저도 열에 닷단 놋수저도 열에 닷단
은밥그륵도 열에 닷죽 놋밥그륵도 열에 닷죽
쇠비연장 안 폴아도 양가매도 물어오로다
방안등물 안 폴아도 양동우도 물어오로다
시가닥에 땋은 머리 아홉가락에 골라주먼
방안등물 안 폴아도 다 물어오로다.
1)생에 나서 : 혼인해서. 2)쇠비 : 쟁기의 방언. 3)방안등물 : 방안에 놓는 같가지 물건. 4)덕석 : 멍석과 비슷하나 그보다 거친 것. 5)연오하오시나 : 연로하오시나. 6)초립(草笠) : 풀줄기를 짜개서 엮은 갓으로 나이 어린 신랑들이 씀. 7)삼잎같은 갓 : 예식 때 쓰는 사모(紗帽)를 가리키며 좌우로 뻗어나온 뿔이 달린 사모의 모양을 삼잎에 비유한 듯. 8)쾌자(快子) : 소매없는 웃옷. 혼례 때 신랑은 옥색 두루마기 위에 남빛 쾌자를 덧입음. 9)시오자 : 혼례 때 신랑이 신는 신발인 목화(木靴). 10)아홉가닥에~모들쳤으니 : 혼전에는 양쪽 귀밑머리를 땋아서 뒷머리에 모아 아홉 가닥, 혼례후에는 귀밑 머리를 땋지 않으므로 세 가닥이 됨. ‘모들치다’는 ‘모으다’의 방언. 11)아시 : 애초. 12)눈는 : 누웠는. 13) 바리 : 소나 말의 등에 실은 짐의 단위를 뜻하나 여기서는 ‘마리’의 뜻으로 쓰임. 14)은저붐 : 은젓가락.
◆ 주원님(여, 1911) : 보성군 미륵면 초당리에서 태어나 열여섯에 이 마을로 시집왔다.
◆ 모시삼기, 바느질 등 방안일을 하면서 많이 불렀다고 한다. 시집살이의 고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혜로 극복하는 당찬 며느리의 이야기이다. 결혼한 여자가 시집으로부터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계적인 인물로 살아야 했던 모순의 본질을 짚은 노래이다.
» 원본: 보성0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