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0706 / 보성군 조성면 덕산리 감동 / 나라맥이
(1990. 3. 22 / 김순예, 여, 1911)
가자서라 가자서라 나라맥이1) 가자서라
울아부지 지어주신 강남까찐2) 열에 닷 죽
울어머니 지어주신 세우백미3) 열에 닷 말
우리 누님 지어주는 세우버선 열에 닷 죽
우리 처재가4) 지어주는 청포도포가 열에 닷 죽
흥보에다5) 싸여 놓고
가자서라 가자서라 나라맥이 가자서라
사랑 문을 반만 열고 아부지 아부지 하적6) 받으시오
하적이나 허나마나 백사정 너른 질에 니 질이나 좋이 가자
어머니 어머니 하적 받으시오 하적이나 허나마나
백사정 너른 질에 니 질이나 좋이 가자
모방7) 문을 반만 열고 누님 누님 하적 받으시오
사랑하는 우리 동상 백사정 너른 질에 니 질이나 좋이 가자
처재보고 하적 받으란께 자네 간 질 내 못 가께
들 가운데 정자나무 한 가지가 시들거든 날 죽은지 여겨주소
대명천지 밝은 날에 불과 같이 나는 볕에
소낙비가 오기여도 내 눈물인지 여겨주소
너 찌든 옥주화를8) 나를 주고
나 쓰든 은맥이가9) 삼녹이10) 끼이거든
날 죽은 지 여겨주소 (“각씨보고 잉…”)
올르그라 올르그라 정읍로 오른 즉슨
한 모퉁이 쩍 울리니 기왓장이 어긋나네
두 모퉁이를 쩍 울리니 온 산천이 어긋나네
세 모퉁이를 쩍 울리니 온 조선이 어긋나네
내리거라 내리거라 정읍으로 내린 즉슨
저기 가는 저 군사들 편지 한 장 전해주소
무슨 편지 전하란가 나주땅에 이갱필이
과이없이11) 되았다고 편지 한 장 전해주소
울아부지가 그 편지 받어보면
간주 설대12) 손에 들고 먼산 보고 탄식하리라소
울어머니 들어보면
시간 마래13) 뚜름스로14) 대성통곡 하리라소
우린 누님 그 편지 받어보면
사랑동동 우리 동상 과이없이 되얐구나
우리 처가 들어보면
연지분도 있건마는 누를 보고 곱게 하께15)
1)나라맥이 : 나라막이, 즉 나라를 막는다, 지킨다는 뜻. 2) 까찐 : 갖신, 즉 가죽신. 3) 세우백미(-百米) : 제일 좋은 흰쌀이라는 뜻으로 쓰이나 ‘세우’의 정확한 뜻은 모름. 4) 처재 : 처자(妻子) 처와 자식. 이 노래에서는 ‘처’만을 가리킴. 5) 홍보(紅褓) : 붉은 빛깔의 보자기. 6) 하적 : 하직(下直) 먼 길을 떠날 때 웃사람에게 작별을 아룀. 7) 모방 : 안방의 한 모퉁이에 붙어 있는 작은 방. 8) 옥주화 : 옥지환(玉指環) 옥가락지. 9) 은맥이 : 은막이(銀-) 은으로 된 막이. 막이는 칼자루와 날 사이에 가로막아 댄 쇳조각. 10) 삼녹 : 녹. 11) 과이없이 : 가엾이. 12) 간주 설대 : 간죽(簡竹) 설대 : 간죽과 설대가 같은 말로 담뱃대의 물 부리와 담배통 사이에 맞추는, 가느다란 대통을 일컬음. 13) 시간 마래 : 세간(三間) 마루. 14) 뚜듬스로 : 두드리면서. 15) 곱게 하께 : 곱게 할까.
◆ 김순예(여, 1911) : 택호는 본동댁. 이 마을에서 태어나 열여덟에 보성군 미륵면 반암리로 시집갔으나 10년 후 이곳으로 이사왔다. 열 살쯤 되었을 때 당시 60세 가량의 복천할머니에게서 <나라맥이> 같은 노래들을 많이 배웠다. 환갑이 넘어서도 새 노래를 배워 부를 정도로 노래에 소질이 있다.
◆ 나라의 위기에 징병되어 전장에 나가서 죽음에 이르자 집에 편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한 병사의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정읍’이라는 지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동학농민혁명이나 의병활동과 관련이 있을 듯 한데 가창자는 이 난리가 아주 먼 옛날에 일어났던 것이라고만 알고 있다. 전남은 물론 그밖의 다른 지역에서도 듣기 어려운 귀한 노래이다.
» 원본: 보성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