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1102 / 부안군 부안읍 옹중리 중리 / 각설이타령
(1991. 3, 12 / 김판술(남,83))
<품바타령>
얼시구시구 들어간다 얼시구 시구 들어간다
일자 한 장 들고 봐
일월이 쌍쌍 해쌍쌍 밤중 새별이 완연허네
어허 품바 잘 헌다 품 품바나 잘 헌다
두 이 자 들고 봐라
진주 기생 이애미1) 한 나라를 셈기자고
왜장 청장으 목을 안고 진주 남강으 뚝 떨어졌네
허 허이구나 좀 좋냐 어허 품바 잘 헌다
석 삼 자 들고 봐라
삼삼양지2) 잔풀 속으 무거리3) 쟁기가4) 날아든다
허 허이구나 좀 좋냐 어허 품바 잘 헌다
넉 사 자 들고 봐라
사시 서시5) 바쁜 질 중한 참이 늦어간다
어허 품바나 잘 헌다 품 품바나 잘 헌다
다섯 오 자 들고 봐라 오관천장 관운장 관운장
적토마를 비껴 타고 제갈이 선생을 찾어간다
허 허이구나 좀 좋냐 어허 품바나 잘 헌다
여설 육 자 들고 봐
육관대사 싱잔님6) 팔선이 데리고 희롱허고
일곱 칠 자 들고 봐
칠년대한 봄가뭄 가뭄 중으는 어른일레
어허 품바 잘 허냐 품 품바나 잘 헌다
야달 팔 자 들고 봐
팔년풍진에 초패왕 장수 중으는 어른일레
허 허이구나 좀 좋냐 어허 품바나 잘 헌다
아홉 귀 자 들고 봐 귀업산중7) 늙은 중
바릿대 장삼을 떨 떨 거리보리8) 동냥을 나간다
장 자가 남었네 장 자가 남었네
이 장 치고 저 장 쳐도 어떤 니 아들네미 돈 한 잎을 안 주어
질로 질로 가다가 돈 한 푼을 줏었네
무신 돈을 줏었냐 노랑 돈 한 닢을 줏었네
떡전에 가 떡을 사 들고 보니 둥글떡 염쳐 보니 쇵편이라
먹고 보니 요구요 돌아다나 보니 친구라
친구 대접을 못 히었네 돌아오는 장에나 또 보세
친구 대접을 못 힜다고 형용률9)로 잽혀서
엎어놓고 곤장질 되집아 놓고 형장질
징역 삼 년을 다 살고 집이라고 돌아오니
가련코 가련타 이팔 청춘이 가련타
연자 끝10)은 나발 불고 꺼적문은 춤을 추고
문풍지는 피리를 불고 함박 쪽백이 장단을 친다
허허 품바 잘 헌다 품 품바나 잘 헌다
솥뚜껑을 열고 보니 삼년 묵은 녹이 쪘네 어허 품바나 잘 헌다
니가 잘 허면 내 아들 내가 잘 허면 니 애비 어허 품바나 잘 헌다
그래 뵈도 이 묌이 정승 판서으 자제로
팔도 감사를 마다 하고 오장치11)를 짊어지고
이집 저집을 다니며 맥반12) 청탁13)으 되 된장도
괴리고나 괴랴도14) 좀 좋다 어허 품바 잘 헌다
네 선생이 누구냐 공자 맹자를 읽었느냐 유식허게 잘 허고
시전 서전을 읽었느냐 대목대뫽이 잘 헌다 어허 품바 잘 헌다
<고리타령>
품바타령은 넘어가고 고리타령이 나온다
앉인 고리는 동고리 슨 고리는 문고리
뛰는 고리는 깨고리 나는 고리는 꾀꼬리
녹수 청산 그늘 속으 편편금15)으로나 날어든다
어허 품바나 잘 헌다 품 품바나 잘 헌다
<딸타령>
담배장사 딸이냐 어석버석 나오고
옹구장사 딸이냐 월그러그 덜그러그 나오고
비단장사 딸이냐 울긋불긋 나온다
어허 품바 잘 헌다 품 품바나 잘 헌다
<장타령>
첨첨지16) 불뚱개17) 활딱활딱 벳겨서
모래밭이다 널었다가 소구 장구 매어갖고
웃녘 가서 또두랑 아랫녘 가 또두랑
어떤 니 아들네미 돈 한 푼을 안 주어
전주장으를 갈래야 술 취히여서 못 보고
오리락 내리락 내리기장은18) 다리 아퍼 못 보고
아이고 데고 곡성장 서러워서 못 보고
코풀었네 흥덕장 더러워서 못 보고
제미 붙고 대명장19) 상놈으 쟁이라 못 보고
“그것 말고도 말짱 있는데, 안 나와, 다 잊어버렸어!”
1)이애미: 의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이 함락되고 왜장들이 진주 남강 촉석루(矗石樓)에서 주연을 벌였을 때, 주논개(朱論介)가 촉석루 아래에 있는 바위에서 적장을 안고 물로 뛰어 들었기 때문에 그 바위를 의암(義岩)이라 하는데, 전라북도 민요에서 논개를 ‘이애미’라고 부르는 노래가 종종 발견되는 이유도 바로 이 의암(義岩)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논개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기생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당시 진주병사(晋州兵使) 최경희의 두번째 부인이었다는 설도 있다. 2)삼삼양지: 숲이 우거진 양지(?). 3)무거리: 묵은(?) 4)쟁기: 장끼, 숫꿩. 5)사시 서시: 사시장(四時長)철. 사철의 어느 철이나 늘. 6)싱잔님: 성진(性眞). 소설 ‘구운몽’에 나오는 주인공. 7)귀업산중: 구첩산중(九疊山中)(?). 8)거리보리 : 겉보리. 쌀보리에 대응되는 말로, 찧어도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 또는 껍질을 벗기지 않은 보리를 말할 때도 있다. 창자에 따르면 ‘동노치’(동냥치)들은 이 대목을 꼭 “거리보리 동냥을 나간다”라고 부르면서 오그라진 손을 내둘렀다고 한다. 9)형용률: 형옥률(刑獄律)(?). 10)연자: 추녀. 11)오장치: 오쟁이(?). ‘오쟁이’는 짚으로 만든 작은 섬. “오쟁이를 지다”는 말은 자기의 계집이 다른 사내와 사통(私通)하다는 뜻. 12)맥반(麥飯): 보리밥. 13)청탁(淸濁): 청주와 탁주(?). 14)괴리고나 괴랴도: 고리고 고려도. 고린내가 몹시 나도. 15)편편금(翩翩金). 16)첨첨지: (?). 17)불뚱개: 개의 일종. 18)내리기장: 장터 이름인 듯. 19)대명장: 담양장.
◆ ‘숫자풀이(품바타령)’, ‘고리타령’, ‘딸타령’, ‘장타령’ 등이 하나로 짜여진 각설이타령. 가창자는 “동냥치들이 문 앞에 와서 장타령을 하면 우! 허니 몰려가서 장타령 하는 것을 봐. 장타령꾼만 어디서 왔다 하면 그냥 우! 허니 굿을 보러 떼로 몰려 가지. 그러면 그런 소리 듣지 말라고 우리 아버지가 그냥 때리고 그랬어. 상놈의 소리 들으면 못 쓴다고.” 라고 각설이타령을 배운 동기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