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0614 / 남원군 산내면 장항리 노루목 / 시집살이노래
(1991. 1. 9 / 정산옥(여,73))
하늘겉이 높은 집이 다문 다문 다섯 갠수1) 나 하나를 남이라고
시누 깨논 옥동우를 날 깼다고 탓을 허네
시누 끊은 목단꽃을 날 끊었다고 탓을 허네
죽을라요 죽을라요 목을 잘라2) 죽을라요
아홉가닥 가붓대님3) 목 잘라서 죽을라요
천이 앉어 천 말 허고 만이 앉어 만 말 해도 내 말 없이는 못 죽니라
서당 공부 가여서 한 자 씨고 두 자 씨고
삼석 자를 거듭 씽께 펜지 왔네 펜지 왔네
임 죽었다고 펜지 왔네 한 손으로 받아 갖고
두 손으로 피어보니 임 죽은 펜지러라
붓을라컨 입에 물고 책일라컨 옆에 찌고
신은 벗어 손에 들고 두 발개로4) 네 활개로 집이라고 들어오니
원아 원아 동상 원아 느그 올케 어디 갔냐
엊지녁에 깊은 잠이 아침까지 깊었다요
이 방 저 방 다 제치고 내 방문을 방긋 연께
죽었구나 죽었구나 목을 잘라 죽었구나
아홉가닥 가붓 댓님 목을 잘라서 죽었구나
무주비단5) 한 이불은 둘이 덮을 듯 피어놓고
원앙침에 잣베게는6) 둘이 벨듯이 도디 놓고
새벨 겉은 요강 대야 발질만치 도디나7) 놨네
원아 원아 동상 원아 칼 한 자리 들려도라
목을 질러 죽을란다 오랍시도 그 말 마소
뒷집이라 몯딸아기 셋째 장개 원헌다요
1)갠수 : 식구(食口)의 사투리. 2)목을 잘라 : 목을 졸라. 3)가붓대님 : 대님의 일종? 4)발개로 : 발로. 5)무주비단 : 바단의 일종(?). 6)잣베게 : 양 마구리에 헝겊으로 잣 모양의 꾸미개를 붙여 만든 베개. 7)도디나 : 돋우어.
◆ 새신랑이 공부하러 간 사이에 새색시가 시집살이를 못견디고 죽는다는 이야기. 따라 죽으려고 하는 남편에게 여동생이 하는 말이 더 기막힌다.
» 원본: 남원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