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0724 /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옷바우 / 아라리
(1994. 7. 17 / 전규낭, 여, 1919-1995)
노랑저고리 분홍초마를1) 받구나 싶어 받었소
부모 명령 하나이 무수워 울민 불민 받었지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2) 내가 뜯어 주꺼니
임자년 숭년에두 봄 살어나네
“그전에 거 곤드레 아니면 못 사우.”
네 팔자나 내 팔자나 이불담요 쪽쪽 깔고 잠자기는 오초강산3) 다 글러
마틀마틀 장석자리에4) 깊은 정이나 둡시다
“이렇그 살았지. 응? 이렇그 살았어.”
울어서 될 일이라면 울어서나 보건만
울어서두 아니 될 일은 어디 가서 복수 해
“말도 못해. 내 산 걸 보믄. 그래 내가 만날 그래지. ‘요놈으 돈을 좀 많이 벌어 아들을 주구 죽어야 되는데…’ 소리를 하지 내 그래 만날 그래네. 앞산을 근네다 보고.”
나는 죽으믄 명당 대지 다 싫어
은행소5) 한복판에다 날 묻어주게
“그 앞산을 근네다 보고 소리를 그르 하고 앉었지 내가. 으흣흣흣…세상을 모르고 살았으니까. 눈물 나그스리. 그래고 앉아서”
인물 좋고 물 좋은 요 정선
아라리 만큼만 잊지를 맙시다
1)노랑저고리 분홍치마 : 시집갈 때 입는 치마저고리. 2)곤드레 딱주기 : 산나물 이름. 3)오초강산 : 애초에. 4)장석자리 : 짚을 엮어서 길게 만든 자리. 5)은행소→은행.
◆ 전규낭(여, 1919-1995) : 동면 석곡에서 태어나 열일곱에 시집 왔다. 남편이 집안에서 글만 읽었기 때문에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웠다. 생활고에 시달린 분 같지 않게 고운 얼굴에 다정한 마음씨를 지니고 힘겹고 한스러울 때마다 아라리를 부르며 한 평생을 살아낸 분이다.
» 원본: 정선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