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0915 / 영풍군 부석면 상석리 감산 / 내방가사-춘유가
(1994. 1. 14 / 신귀옥, 여, 1940)
그럭 저럭 시가살이 오륙년이 지냈도다
이 때가 어느 땐고 신축년 삼월이라
때도 좋고 경도 좋다
앞동산 높은 봉에 꽃은 피어 화산 되고
뒷동산 노적봉에 잎은 피어 청산일세
여자의 일평생에 할 일이 끝이 없어
여보시요 친구님네 삼춘화류1) 호시절에 화전이나 하여보세
여보시요 따님네들 성사됨이 감사하오
삼십명의 여러 동류 한마음 한뜻으로
의논이 쉽게 돌아 푼푼이 돈을 모아
화전에 당한 음식 풍족하게 많이 사서 허락하게 먹고 노세
삼월이라 십일일날 일색도 청명하다
앞집 뒷집 동류님네 화전놀음 바삐 가세
화전터의 어디던고
동서남북 둘러 보니 앞동산이 제일일세
앞동산 높은 봉에 아룽아룽 올라갈 제
앞에서 당기난 듯 뒤에서 밀치난 듯
활발하게 올라가서 이봉 저봉 살펴보니
화전터의 제일일세
황금같은 꾀꼬리난 양유간에 날아들고
아롱달쑹 범나비난 꽃을 보고 반기난 듯
쌍쌍이 짝을 지워 화전터로 달려들어 같이 놀자 말하는 듯
높은 봉과 깊은 골에 화전소리 우렁차다
폭양에 뜨거워도 풍경 좋은 따님네들
얼씨구나 잘도 노네
활발하신 황실땍은 징을 치며 돌아들고
거래좋은2) 손씨 처녀 쾡사3) 치며 돌아들고
주적주적 가티댁은 북을 치며 돌아들고
웅두리춤4) 구들댁은 춤노래도 잘도 한다
태도 좋은 보현댁은 장단 맞춰 춤을 추네
그럭 저럭 때가 되어 음식이나 먹고 노세
이골 저골 살펴보니 정심상이 야단일세
1)삼춘화류(三春花柳): 춘삼월 좋은 시절. 2)거래좋은: 키크고 미끈한. 3)쾡사: 꽹과리. 4)웅두리춤: 엉덩이춤.
◆ 신귀옥(여,1940): 경북 봉화군 물야면 수식리에서 이 고장으로 18세에 시집왔다. 내방가사와 동요를 잘 부르는데, 고향에서 집안 어른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
◆ 봄맞이 양반부녀자들의 화전놀이 과정과 정경을 알 수 있는 내방가사. 춘유가(春遊歌)라고도 한다. 가창자가 23세에 지었다. 본문에 수록된 부분은 화전가의 중간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