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0219 / 경산군 용성면 용천리 용천경로당 / 베틀노래
(1993. 1. 5 / 김순계, 여, 1927)
하늘에 옥황선녀 지하로 나려 와서
그저 놀기 심심하야 물레 구경 차맀구나
굵으나 굵은 꼰치 시리동실 잣아 내어
서월이라 올라가서 대궐 지은 도대목을 잠깐 잠시 빌려다가
굽은 나무 굽다듬고 곧은 나무 곧다듬어 삼칸 팔척 집을 저여
아랫방은 옥녀 주고 웃방으는 선녀 주고 비틀 놀 때 전혀 없어
사면으로 살피보니 옥난간이 비었구나
핑양강에 채리 볼 쌔
앞뚝다리 높게 놓고 뒷뚝다리 낮게 나야
비틀다리 니 다린데 요네 다리 두 다리요
비틀몸은 두 몸인데 요내 몸은 홑몸이라
가리새라 질런 모냥 청룡황룡 걸린 듯고
안치널에 앉인 모색 우리 나라 임금님이 용산좌왕 앉은 듯네
부태라 둘런 모냥 용모산 전일봉에 허리안개 둘런 듯고
말귀동동 감은 양은 삼대독자 외동아들 밍캉복캉 감은 듯네
말귀라 걸린 모양 일구아가1) 집을 져서 마구못을 쳐연 듯고
물이 칠굼2) 저질개는 강태공의 곧은 낙수 우수강에 띄웠더니
꼬리 너븐 금붕어가 물을 묵고 꼬리 치고 가는 지상
북나더는 저 형상은 흥에학이3) 알을 품고
대동강에 넘노는 듯 베옹강에 넘노는 듯
쾅쾅치는 바다집은 우리 나라 선본님이
밀창 도창 반반 열고 장기바닥 떠는 소래
한치 두치 처치발은 남해서산 무지갠가 북해서산 걸렸도다
잉애때는 삼형제요 눌구때는 호부래비
새모맞은 저 비개미 억만군사 거느리고 십만 진중 흩어지네
나푼 나푼 나부손은 날 오라고 손치는강 님 오라고 손친 듯다
용두마리 우는소리 뮌경새재 금비들캐 알을 잃고 우는 소래
꾸벙 꾸벙 꾸벙 대는 헌 신짝에 목을 메고 양두방울 넘노면서
올라가미 나 죽는다 니러가미 나 신세야
베때라 허린 모냥 구시월 시단풍에 가랑잎이 흐린 듯고
도틈 도틈 도터마리 입은 옷도 벗기 하고 벗은 옷도 입기 하네
금사 한필 다 짰구나 일만 이천 일흔 두자
앞거랑에 씻거내어 뒷거랑에 헹가가주
푸다듬이 곱기하야 금오주석 가는 실에
준주단색 가는 바늘 전반절로 뉘비내어
핫옷쩌서 농에 여코 서월가신 선본님이
오늘이나 오실랑강 니을이나 오실랑강 손을 꼽아 기다리니
일산대를4) 바랬더니 만사대가5) 이 왠 일고
1) 일구아가 : 입구(口)자 와가(瓦家). 2) 물이 칠굼 : 물이 질금. 물이 촉촉히 배어. 3) 흥에학 : 홍학(鴻鶴). 4) 일산대(日傘- ).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씌워주는 큰 양산. 5) 만사대(輓詞- ). 죽은 이를 슬퍼하여 지은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서 만든 기.
◆ 김순계(여,1927) : 친정은 바로 이웃 마을인 용성면 용전동이다. 18세부터 베를 많이 짰으며 이 노래는 40세 전후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웠다.
◆ 이 곡은 베틀을 차리는 형세와 베짜는 아낙네가 신랑을 과거 보내 놓고 그리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 소박하다. 그리고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정감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 원본: 경산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