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0518 / 청원군 가덕면 병암2리 / 베틀노래
(1993. 1. 26 / 김복례, 여, 1920)
구름은 두둥실 뜨는 날에
월궁에서 노든 선녀
옥황님께 내치시와
인간으로 나려나와서
하실 일이 전혀 없어
월궁으로 치달아서
동편으로 벋은 가지
옥도끼로 찍어 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앞집이라 이대목아
뒷집이라 김대목아
이내 집에를 돌아를 와서
술도 먹고 밥도 먹고
담배 한 대나 피운 후에
굽은 나무는 굽다듬고
굵은 나무는 치다듬어
얼르뚝딱 걸어를 노니
베틀 하나는 좋다마는
베틀 놀 데가 전혀 없어
좌우를 살펴를 보니
옥난간이 비었구나
베틀을 노세 베틀을 놔
옥난간에다 베틀을 놔
앞다릴랑 높이 놓고
뒷다릴랑 얕이 놓아
앉을개에 앉은 양은
양귀비에 벗이로다
부테라고 두른 양은
만첩청산 만장봉에
안개허리나 두른 듯이
잉앳대는 삼형제요
눌림대는 독신이라
세모졌다 비걸이는1) 올라갔다
도투마리 누은 양은
늙으신네 정일런가
용두머리 우는 양은
새벽서리 찬바람에
외기러기나 짝을 잃고
벗 불르는소리로다
절로 굽은 신나무는
헌신짝에다 목을 매고
한낱두낱 뱁때기는
이리도 치고 저리도 치고
도수원에 쑥갗이라2)
댕기여랑 여어락3)
명지한필을 짜서
은가세로4) 비어 내어
앞냇물에 빨아다가
뒷냇물에 힝궈가지고5)
담장위에 널어 말래
홍두깨로 다듬어서
임에 쟁열 지어놓고
자개함농 반다지에
맵시있게나 개서 놓고
대문밖에 내달아서
저기 가는 저 선비님
우리임이 오시던가
오시기야 오시지만
칠성판에6) 누워오오
웬일인가 웬일인가
우리임이 웬일인가
스물네명 유대군에7)
행여소리가 웬일인가
임이 그려서 죽었걸랑
나를 보고서 일어나오
목이 말라서 죽었걸랑
물을 보고서 일어나오
배가 고파서 죽었걸랑
밥을 보고서 일어나오
아가아가 우리아가
느아버지가 죽었단다
저승길이 머다더니
대문밖에가 저승일세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님이 보고지고
1)비걸이 : 비게미. 2)쑥갗 : 윷갗. 3)뎅기여랑 여어락 : 베짜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4)은가세 : 은가위. 5)힝궈 : 헹궈. 6)칠성판(七星板) : 관속의 바닥에 까는 얇은 널조각으로 북두칠성을 본 떠서 일곱 구멍을 뚫음. 7)유대군 : 상여꾼, 상두꾼.
» 원본: 청원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