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0309 / 삼척군 도계읍 신리 오산촌 / 아라리

(1994.8.24 / 가 : 이춘영, 여, 1943. 나 : 윤영원, 남, 1937)

가:
나이 많은 할아버지네 오래 오래 사세요
젊고 젊은 우리야 청춘은 늙지르 마세요

우수야 경첩에 대동강이 풀리고
요내 가슴 속단풍으는 시시로 든다1)

오동나무야 팔모반에 유리야 술잔을 놓구서
오는 사람 가느네 사람이 원 풀어 주자

아구라지야 뱃사공 아저씨 배나 좀 건너주세요
시라리밭골3) 검으네 동박이 다 쏟아진다

산이가 높구 높아야 골두나 짚으지
쪼그만한 여자 속이가 깊을 수 있나

일본 동경에 해방되던 해 나지오방송이 왔는데
우리 둘이 살잔 방송은 왜 아니오나

한 잔 두 잔에 파느네 술이가 무스네 이문이3) 있겠소
아라려니4) 한 두 마두에 목돈이 나간다

나:
골련의 막바제 담배 밭으는 담배재나 있아도
경단이5) 앉었던 자리는 기럼자도6) 없아요

술은 매일 장충에7) 자꾸 자시나마
천금겉은 부모님 애록을8) 아끼지 마소

술으는 술술이 잘두 넘어 가시고
찬물에 그대 냉수가 중치만 민다 (웃음)

못하는 아라리를 자꾸 하라고 하니
여러분님 대집조루만9) 한 마디 합니다


1)아라리에 흔히 나오는 ‘우수야 경첩에 대동강이 풀리고 정든님 말씀에 이내 속이 풀렸네’라는 사설과 ‘앞남산 황국 단풍은 구시월로 들고 요내 가슴 속단풍으는 수시로 든다’라는 사설의 앞 뒤 구절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2)시라리밭골 : 싸리골. 정선군 북면 여량리 아오라지에 있는 골짜기다. 3)이문 : 장사를 해서 남은 돈. 4)아라려니 : 아라리. 5)경단 : 사람 이름. 6)기럼자→그림자. 7)매일장충 : 날마다 끊임없이. 8)애록 : 나이가 많으면 서럽다는 뜻이라고 함. 9)대집조루만→대접조로만. 대접한다는 뜻으로.

◆이춘영(여, 1943): 토박이로 열여덟 살에 한 마을에서 혼인했으며 지금까지 농사만 짓고 살았다.
◆윤영원(남, 1937): 토박이 농민.

» 원본: 삼척0503


« 강원03 / 아라리 / 삼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