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0415 / 산청군 오부면 중촌리 / "우리 엄마는 어데를 가고"

(1992. 4. 1 / 정필순, 여, 1920)

윤동짓달 열초삿날 모녀 간장 깊은 정을
싫은 듯이 이별하고 이내 나를1) 세어 보니 열하고도 한 살이네
그 달 그믐 다 지내고 새 달 초승이 또 다아오네2)
섣달이라 그믐날은 만인 생일 만중3) 생일
새 옷 입고 새를 가지자 머리 목욕을 정히 하고
섣달 그믐날 불을 키여 가정마동 밝혀 놓고
새 해 맞이를 하시는데
우리 엄마는 어데를 가고 새해 맞이를 모르신고
어마 노던 창문 밖에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는 선신이 없고 흔적없이도 앉았구나
그달 그믐 개우나 가고 정월 하단이4) 또 돌았네
정월이라 초 하룻날 세계 각국에 만중 생일
새 의복을 갈아 입고 선주거게도5) 시비 옇고6) 부모님 전에도 시비한데
우리 부모는 어데 가고 시비하실 줄 모르신고
어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는 어데를 가고 선신하실 줄 모르신고
그달 그믐 개우나 가고 새 달 초하가7) 돋아왔네
이월이라 초하룻날 뜨럭 밑에 유두 꽃은
유디 유디나 피어난데 우리 엄마는 어데 가고 피어날 줄 모르신고
엄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 어데를 가고 선신하실 줄 모르신고
그 달 그믐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또 다아왔네
삼월이라 삼짓날은 강남서라 드간 제비 나온다고 선신하고
지리산에 갈가마귀 드간다고 선신하고
어마 노던 창문 아래서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는 어데를 가고 선신할 줄 모르신고
그달 그믐이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또 다아오네
사월이라 초파일에는 세계 천지 절간마동
등을 달아 불을 켜고 학당마당8) 낙화 달아
낙화9) 불이 밝히신데 어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는 어데 가고 선신할 줄 모르시요
그달 그믐이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다시 왔네
오월이라 단오일에는 세계에도 만중 생일
청실홍실 군대를10) 매어 뛰어나자 나시는데
어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는 어데를 가고 선신할 줄 모르신고
그 달 그믐이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다시 왔네
유월이라 유디에는 세계에도 만중 생일
논길마동 밭길마동 용신제를11) 하시는데
우리 엄마 어데 가고 용신하실 줄 모르시네
그 달 그믐이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또 다아왔네
칠월이라 칠석에는 하늘에도 견우직녀 밤중 자시에 만나자꼬 수작한데
우리 엄마 어데를 가고 수작하실 줄 모르시네
엄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하네
그 달 그믐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또 다아왔네
팔월이라 한가엣날 들기경을 가자시네
곳곳마당 들들마당 나랙짚이 우거진데
우리 엄마 어데를 가고 한가우 찾을 줄 모르신고
엄마 노던 창문 아래 유하시고 선신하네
그 달 그믐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돋아왔네
구월이라 구일날은 강남서라 나온 제비 드간다고 선신하고
지리산에 갈가마귀 나온다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 어데를 가고 선신하실 줄 모르시네
엄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한데
그 달 그믐이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또 다아왔네
시월이라 시월날은 만중생이 농사지어
새 곡식니 떡을 하여 오신도신을 하자신데
우리 엄마는 어데를 가고 도신하실 줄 모르신고
엄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 어데를 가고 선신하실 줄 모르시네
그 달 그믐 개우 가고 동지 한 달이 또 다아왔네
세계 천지 만중생들 뽀글뽀글 팥죽을 낋이
생알 옇고 낋인 팥죽 조상님 전에 발원한데
우리 엄마는 어데 가고 동지 발원을 모르신고
엄마 노던 창문 아래 유달시고 선신한데
우리 엄마는 어데를 가고 선신하실 줄 모르신고
그 달 그믐 개우 가고 새 달 초승이 또 다아왔네
섣달이라 그믐날은 형체 덩치도 간 곳 없고
만고풍상이 허사로다


1) 나 → 나이. 2) 다아오네 → 다가오네. 3) 만중(萬衆) : 모든 중생(衆生). 4) 하단 : ‘한 달이’의 잘못인 듯. 5) 선주거게도 : 성주님에게도. 6) 시비 옇고 : 시비는 세배, 옇고는 넣고란 뜻. 여기서 세배는 세배돈, 즉 신에게 바치는 세배돈을 뜻함. 7) 초하 : 초하루인 듯. 8) 학당마당(學堂─) : 서당(書堂)마다. 9) 낙화(落火) : 낙화놀이. 선비들의 뱃놀이나 시회(詩會) 때, 또는 사월 초파일, 대보름밤 등에 행해지던 불꽂놀이. 10) 군대 → 그네. 11) 용신제(龍神祭) : 유월 유두날 논가에서 용신에게 풍년을 빌기 위하여 지내는 제사.

◆ 정필순(여, 1920) : 거창군 북상면 중모리에서 태어나 12세에 거창군 이천면 금곡리로 이주했다가 19세에 일본에서 광산일을 하는 남편에게 출가하여 지내다가 25세에 귀국하여 현재까지 농사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슬하에 2남 4녀를 두었으며, 10년 전에 남편을 여의었다. 친정에서 어머니가 삼을 삼고 있을 때 곁에서 지루해 하면 여러 가지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 열두달의 절기가 나열되는 ‘달거리’의 형식 속에 부모를 그리워 하는 내용이 담긴 노래다.

» 원본: 산청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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