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1005 / 영천군 화산면 효정리 괴정 / 밭매는소리 - 부모죽은 편지

(1993. 1. 12 / 김병록, 여, 1925)

불겉이도 더븐 날에 미겉이도 짓은 밭을
한 골 매고 두 골 매고 삼시 골로 매고 나니
땅이라 너라다보니 먹물로 품은 듯고
하늘이라 치다보니 빌이 총총 나였구나
행주치마 털쳐입고 집이라꼬 돌아오여
시어마님 하신 말씀
아가 아가 며늘아가 무슨 일로 그렇게 늦게 했느냐
친정어머니 죽었다고 부고 왔다 이렇거러 말씀하니
마음이 동락하여1) 친정으로 향을 해여
한 고개라 넘어 가니 상도군이 행상소리 길길 나네
아고 답답 울 엄마요 살어 생전 몬 본 얼굴 후세상 따나 볼라 했디
하마 행상길이 가는군요
서른둘이 행상꾼요 잠시 쪼금 머물 줘소
우리 엄마 얼굴 신체따나 한 번 봅시다
아이구 아이구 울 어머니
들은 채도 아니 하고 상도군 황천길로 가는 구나
친정에라 들어와여 친정 올케 하신 말씀
시누아가 어제 아래 와였시면 엄마 신체라도 볼건데
무슨 일이 그리 많애 지금이라 왔느냐 하니
형님 형님 그 말 마소 시집살이 사다 보니
귀 어덥어 삼년 살고 눈 어덥워 삼년 살고
말 못해 삼년 살고 석삼년을 시집 살고
저물도록 밭을 매고 집에 오니 어덥까
어머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왔습니다 하니
동상말이 그렇커든 배고푸니 밥이나 요기하라카네
삼년 묵은 보리밥을 식기굽에 발러주고
삼년 묵은 둥개장을 종지에다 발러주니
어안이 하도 막혀 개야 개야 검둥개야
내 안묵는 것 너나 많이 묵어라 개를 불러 밥을 주고
하도 하도 서러워서
형님 형님 울 형님아 너무나도 무정쿠마
쌀 한접시 찾었시면 구정물이 남아신들
저테 있는 니 소 주지 먼 데 있는 내 소 주나
누렁지가 남아신들
자테 있는 니 개 주지 먼 데 있는 내 개 주나
그러커러 설턴 맘이 호천망극2) 통곡하니
어느 누가 이내 심정 알아주리
그러거럭 집으로 돌아오니 시어마심 하신 말씀
어제 아래 아니 오고
저 김을 누가 매노 저 밭을 누가 맬꼬 하니
어마님요 지가 하옴시더 하매 행주치마 털쳐 입고
몽당호미 손에 들고 밭에가 엎드렸으니
눈물은 비가 되여 서산에 오는 비를
부슬 부슬 뿌려주고 한숨은 바람 되어
오초동남 부는 바람 씰씰이도 희롱하소


1)동락하여: 산란하여. 2)호천망극(昊天罔極): 어버이의 은혜가 넓고 크다

◆ 김병록(여,1925) : 군위군 고로면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17세에 이 마을로 시집왔다. 할아버지가 서당을 하여 뒷글로 글을 배웠다고 한다. 기억력이 뛰어나 부녀요, 자장가 등 많은 노래를 상당히 잘 부르는데, 모두 고향에서 배운 소리라고 한다.

◆ 가창자는 이 노래의 이름을 ‘심회(心懷)풀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시집살이노래다. 혼자서 밭일을 하면서 불렀다고 한다.

» 원본: 영천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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